시작하기에 앞서 명품이에게 질문을 하나 해보자.
“명품아, 수열 단원에서 단원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일까?” 명품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음.. 글쎄요. 일반항?” “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일반항을 구하는 문제가 많던데요. 등차등비 수열 문제를 풀 때 일반항을 구할 수 있으면 수열의 합까지도 구할 수 있으니 핵심 키가 되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수열을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도록 배운다. 그런데 일반항이 중요한 이유에는 더 근본적인 부분이 있다. 이는 우리가 고등수학 교과 과정에서 수열을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열은 말 그대로 수를 순서있게 나열한 것을 뜻한다. 어떤 수이든 나열하기만 하면 그게 바로 수열이다. 2,4,6,8… 도 수열이고 1,1,5,3,46,81 .. 같은 이상해 보이는 수의 나열도 수열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수열들을 수학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첫번째 수열 2,4,6,8,… 에서는 제1항에 2, 제2항에 4, … 이므로 숫자들의 규칙이 2씩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수열의 제n번째 항은 2n이 될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수열 전체를 식으로 2n 으로 나타낼 수 있고 그러면 우리는 제10항이든 100항이든 n에 맞는 숫자를 대입해서 항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수열의 규칙성을 파악하면 수열 전체를 식으로 표현해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두번째 수열의 경우 규칙성이 잘 보이지 않아 식으로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고등과정에서는 두번째 같은 수열은 배우지 않고 규칙성이 잘 보이는 수열만을 다룬다. 그리고 위 2n 처럼 규칙성을 통해 수열 전체를 하나의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운다. 이때 이 식을 수열의 ‘일반항’ 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는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수열 파트를 시작한다.
일반항은 수열의 규칙성을 기술하는 식이다. 일반항을 세울 때에는 수열의 규칙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항들을 적힌 그대로 보면 규칙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교과서는 '각 항을 규칙이 나타나도록 표현하라’ 고 한다. 다시 말해 수의 형태를 바꿔보라는 것이다. $\frac{1}{4}$ 을 $ \frac{1}{2^{2}}$ , $\frac{1}{9}$ 을 $\frac{1}{3^{2}}$ 으로 바꿔서 보면 분자는 모든 항이 1로 동일하지만 분모에는 차례대로 제곱수가 들어간다는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n$번째 항은 $\frac{1}{n^{2}}$ 이 될 거고 이는 수열 전체를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항, 일반항이 된다. 이처럼 어떤 수열의 일반항을 세울 때는 항을 규칙이 나타나도록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일반항을 구하는 방법을 적용해 똑같이 등차수열의 일반항을 구한다. 위와 같이 등차수열의 각 항을 첫째항 $a$와 공차$d$에 대한 식으로 표현한다. 모든 항에 $a$는 똑같이 있고 $d$앞에 곱해지는 수만 변한다. 1항에는 0, 2항에는 1, 3항에는 2.. 그래서 제$n$항일 때에는 $(n-1)$이 d에 곱해질 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등차수열의 일반항을 세우고 n에 숫자를 대입해 원하는 항을 계산할 수 있다. 등비수열의 일반항도 똑같이 이렇게 구한다.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는 것은 규칙성을 찾는 과정이다. 패턴의 과학이라고도 하는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모르는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라고 하는 것은 규칙성을 탐색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해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교육법이다. 평가원의 최신 경향에는 예전에 비해서 이런 류의 문제들이 많이 빠지기는 했다. 그런데 한번씩 출제되면 등차등비 수열의 일반항만 단순하게 외워서 문제를 풀어왔던 학생들에게는 꽤 어려운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문제들에서 등차, 등비 수열이라는 조건을 주는 것과 달리 위 문제에서 수열 $b_n$ 은 새롭게 정의된 수열이다. (어, 분명히 우리는 등차수열과 등비수열을 배웠는데 저런 수열들을 출제해도 되나? 교과서 출제 범위를 넘는 것이 아니냐? 절대 아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이 공부를 단순 암기하지 않고 제대로 했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좋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수열 $b_n$ 의 항들의 합을 물었으니 $b_n$ 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숫자를 대입해서 수열을 나열해보자. $n=1$부터 차례대로 대입해보면
$$b_1=a_1$$
$$ b_2=a_1-a_2$$
$$ b_3=a_1-a_2+a_3$$
$$ b_4=a_1-a_2+a_3-a_4$$
$$ b_5=a_1-a_2+a_3-a_4+a_5$$
$$ \vdots $$
이렇게 나열해도 규칙성이 대강 보인다. 그런데 $b_n$ 의 1항부터 9항까지의 합을 구해야 하니 저대로 다 더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항의 형태를 바꿀 것인데 교과서 예제에서 가르친 대로 규칙성이 보이게 형태를 변화해야 한다. 등차수열$a_n$ 의 공차를 $d$ 라고 하면
$$b_2=a_1-a_2=-d$$
$b_3=-d+a_3$ 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등차중항을 이용해서
$$b_3=(a_1+a_3 )-a_2=2a_2-a_2=a_2$$
$$b_4=(a_1-a_2 )+(a_3-a_4 )=-2d$$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수열 $b_n$ 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 b_1=a_1$$
$$ b_2=-d $$
$$ b_3=a_2$$
$$ b_4=-2d$$
$$ b_5=a_3$$
$$ \vdots$$
$n$이 홀수일 때와 짝수일 때 각각 규칙성이 보인다. 이렇게 하면 규칙성을 이용해 9항까지 쉽게 알 수 있고 9항까지의 합도 쉽게 구할 수 있다.
$$b_1+b_2+⋯+b_9=(b_1+b_3+b_5+b_7+b_9 )+(b_2+b_4+b_6+b_8 )$$ $$=(a_1+a_2+\cdots +a_5 )-(d+2d+3d+4d)$$
문제 조건 $b_2=-2,b_3+b_7=0$ 에서
$$b_2=-d=-2$$
$$b_3+b_7=a_2+a_4=2a_3=0$$
이므로 $d=2 ,a_3=0$ 이다. 따라서
$$(a_1+a_2+\cdots +a_5 )-(d+2d+3d+4d)=5a_3-10d=-20$$
위와 같은 방법 이외에도 의 항의 형태를 바꾸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위 풀이랑 다르게 바꿨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의 규칙성이 보이게끔 했으면 문제는 똑같이 풀릴 것이다. 규칙성이 잘 보이게끔 표현하고 활용할 줄 아는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수열 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성이다.
서두에서 던진 질문에 명품이가 했던 답은 절반만 맞다. 일반항이 수열의 규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수열 단원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반항은 수열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 ‘수열의 귀납적 정의(점화식)’는 일반항과는 다른 방식으로 수열을 표현한다. 다음 글은 수열의 귀납적 정의에 대해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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